"탱고로 클래식과 대중 음악을 넘나든…그는 경계에 선 예술가"

입력 2021-03-11 17:36   수정 2021-03-12 02:33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는 탱고의 위상을 예술음악으로 도약시킨 위대한 예술가다. 원래 탱고는 고향을 떠나 정처 없이 떠도는 뱃사람과 삯일꾼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추던 춤이었다. 비록 하층민들의 춤이었지만 고독을 잠시 몰아내는 순간의 열정이라는 탱고 특유의 감수성은 더 높은 예술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했다.

피아졸라는 1921년 2월 11일 아르헨티나의 마르델플라타에서 태어났다. 유년을 미국 뉴욕에서 보내며 1929년 처음으로 피아노와 반도네온을 배운 것이나 1934년 위대한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을 만나 교류한 것은 클래식과 탱고 모두를 품에 안을 그의 운명을 예견해주는 사건이었다. 1937년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그는 반도네온 연주자 겸 탱고음악 편곡자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피아졸라에게는 더 깊은 음악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전통 탱고는 일차적으로 춤에 봉사해야 했으므로 음악적 자유로움에 제한이 따랐다. 어린 시절 바흐 음악에 푹 빠졌던 그는 1939년 쇼팽 연주의 대가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을 만나 감명을 받은 뒤 더 적극적으로 클래식을 수용하고자 했다.

1940년대 초반부터 아르헨티나의 세계적인 클래식 작곡가 히나스테라를 찾아가 작곡을 배웠고 라벨, 버르토크,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독학하며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때까지 피아졸라는 자신이 탱고 음악가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겼다.

그러나 1954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스승 나디아 불랑제는 그에게 중요한 조언을 남긴다. “클래식으로 전향하지 말고 오히려 탱고로 개성을 펼쳐라. 그것이 진짜 피아졸라다.” 작곡과 연주, 탱고와 클래식을 오갈 수 있는 자신의 재능을 살리라는 것이었다. 한편 1959년 아버지 비센테(애칭 노니노)의 죽음은 피아졸라 음악에 내면적 깊이를 더해준 가슴 아픈 상실이었다. 자기 뿌리에 대한 인정과 상실. 이 두 가지 사건은 피아졸라를 정신적으로 도약시킨다.

탱고와 클래식의 결합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속에서 발생한 전통 춤과 궁정에서 발생해 양식화된 여러 무곡, 근대 초기에 발생한 시민적 사교댄스 등은 대중매체의 등장 이전에 생겨나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예술세계로 융합, 편입됐다. 사회가 계몽되고 보통 사람들도 문화를 향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되면서 거친 백성들의 춤에도 예술성이 있다는 생각이 인정받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탱고는 이미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분리가 진행된 20세기 초엽에 나타났다. 예술음악은 학제화되면서 엘리트주의적 성격을 띠게 됐고, 대중음악은 시장의 논리에 크게 좌우됐다. 이 둘은 서로를 소외시켰다. 서로를 피상적·현학적이라고 여기며 갈라서게 됐다. 하지만 본래부터 고상하거나 저급한 것은 없었다. 지금 여기의 현실을 반영하는 악흥의 순간을 진실하게 포착한다면, 그것은 음악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일이다.

피아졸라의 등장은 그러한 ‘분리’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사건이었고,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편견을 뛰어넘어 음악의 본질을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지휘자 바렌보임, 정명훈,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출신 음악가뿐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크레머,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요요마 등 수많은 최고의 대가들이 피아졸라와 탱고에 매료됐다.

음악사에서 피아졸라는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문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변방의 예술가로서 그는 문화적 헤게모니에 저항했고, 편견을 뛰어넘어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중받는 문화적 토양을 일궜다. 진정한 창의성은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고 누릴 줄 아는 자유로움에서 나온다. 그것이 피아졸라가 오늘날 우리에게 남기는 조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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